Home >

마주침

2009.03.24 00:13

윤성택 조회 수:698



아침 산책길에 붉은 꽃과 마주쳤다. 그냥 덤불인 줄만 알았던 길섶의 수풀이 진달래였다니. 파카를 껴입고 땀을 뻘뻘 흘리며 지나는 내가 저들에게는 어떤 군락으로 보였을까. 산행객들은 땅을 쿵쿵거리며 저 봉오리들을 조금 더 열게 했을지도.
증명서 같은 꽃 핀 자리마다 아침볕이 직인처럼 바닥에 눌러 붙어 있다. 길이 있는 것 같아 좀더 걸었던 그 끝에 촉촉하고 검은 눈빛의 고라니가 있었다. 고라니나 나나 서로 놀라 멈칫 했던 그 짧은 순간, 기류로 관통하는 생애를 본다. 예감은 늘 미래를 과거로 만든다. 나는 죽어서본 이 봄을 기억하고 있나. 놀란 피부 같은 봉분들. 시간이 쿵쿵거리며 달아나고나면 이 산도 허물어져 모래의 미래가 될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진행 중인 눈빛과 눈빛의 순간. 누가 먼저 눈을 떼나, 이 지구에서.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38 어디에선가 본 것도 같다 2009.11.17 815
37 나보다 더 현실적인 2009.11.13 814
36 그러니 2009.11.10 781
35 바라는 것 2009.11.09 699
34 이 저녁은 2009.11.05 743
33 나무 2009.11.04 762
32 근사한 비밀 2009.10.29 800
31 2009.05.23 1485
30 도란도란 2009.05.07 852
29 이게 당신이다 2009.04.15 924
28 저녁 2009.04.01 754
27 끌림 2009.03.25 709
26 감기 2009.03.25 700
» 마주침 2009.03.24 698
24 구름 2009.03.18 790
23 밤기차 2009.03.09 762
22 2009.03.02 761
21 숲을 걷는다 2009.01.30 874
20 비극 2009.01.21 868
19 포장마차 2009.01.10 8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