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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것들이 연대하는

2009.11.18 18:04

윤성택 조회 수:734 추천:1


나무도 사람이 그리워 인가의 불빛을 닮는다. 그래서 붉거나 때론 노오란 잎들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나무에 묵어간 여행객이다. 나무는 기꺼이 제 온기를 잎맥에 지핀다. 시선이 오래 머물수록 따뜻해진다.

우리는 한 해 한 해 가을에 묵었다. 가을이 깊어갈수록 인연도 그렇고 사랑도 그렇고 이별도 그렇다. 다만 절정의 가을에 머물고 싶은 마음만이 사진에 남는다. 그러니 분명 가을은, 그리운 것들이 연대하는 계절이다.

잠에서 깨어나서 기억나지 않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다시 태어남과 같겠다. 계절이 얼마나 죽음으로부터 실존케 하는 것인지 나무는 몸소 구현해낸다. 운명은 결국 자유를 구속한다는 사실, 불온한 낙엽의 의지가 운명 밖 수많은 가능성으로 흩어져간다. 그 시차의 공간마다 기억이 깃들어 있다.

다다른 겨울은 또한 어떤 표정으로 제 입김을 불어 내고 있을까. 떠나는 가을을 떠올리는 순간 먼지뿐인 길 위에 스크린이 세워지고 환등기의 불빛이 비춰진다. 추억에도 길이 생기고 속력이 붙는다.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은 사소한 주의력뿐이며 실존은 멀리 떠나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사색이란 나를 그대로 남겨둔 채 낯선 곳에서 일생을 살다온 생각이 만나는 지점이 아닐까.



- 《삶과꿈》 2009년 12월호 발표 산문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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