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음악을 들으면
음악이 몸을 새벽으로 듣는다.
깨어 있으니 두 귀가 음에 따르듯,
음은 두 귀가 따르는 데를 짚어줄 수밖에.
음악이 재생의 속성이라면
나는 나의 속성을 음악에 재생한다.
같지만 조금씩 다른 음악은
조금씩 다른 나를 같게 하므로.
늙은 가수가 공연 마지막에 부르는 곡은 항상 같다.
그 곡이 훗날 죽은 가수를 번번이 살려낸다.
죽은 가수가 살아 있는 청중을 기념하여,
깨어 있는 이 밤이 죽음을 기념할 수 있다.
내가 어쩌지 못하는 감정이 있다고 생각할 때마다,
그 감정은 나를 떠나지 못해
생각을 뒤지고 있다는 걸 안다.
음악은 늘 한 곡이고 느낌은 늘 다르니까,
나는 늘 나이고 생각은 늘 다르니까.
듣는다, 내가 음악에게
음악이 내게 오늘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