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마주침

2009.03.24 00:13

윤성택 조회 수:233



아침 산책길에 붉은 꽃과 마주쳤다. 그냥 덤불인 줄만 알았던 길섶의 수풀이 진달래였다니. 파카를 껴입고 땀을 뻘뻘 흘리며 지나는 내가 저들에게는 어떤 군락으로 보였을까. 산행객들은 땅을 쿵쿵거리며 저 봉오리들을 조금 더 열게 했을지도.
증명서 같은 꽃 핀 자리마다 아침볕이 직인처럼 바닥에 눌러 붙어 있다. 길이 있는 것 같아 좀더 걸었던 그 끝에 촉촉하고 검은 눈빛의 고라니가 있었다. 고라니나 나나 서로 놀라 멈칫 했던 그 짧은 순간, 기류로 관통하는 생애를 본다. 예감은 늘 미래를 과거로 만든다. 나는 죽어서본 이 봄을 기억하고 있나. 놀란 피부 같은 봉분들. 시간이 쿵쿵거리며 달아나고나면 이 산도 허물어져 모래의 미래가 될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진행 중인 눈빛과 눈빛의 순간. 누가 먼저 눈을 떼나, 이 지구에서.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105 독서법 2011.01.07 223
104 눈이 온다 2010.12.27 225
103 기일 2009.11.19 230
» 마주침 2009.03.24 233
101 비밀 2008.11.04 234
100 드라마 2013.09.23 235
99 끌림 2009.03.25 236
98 나무 2009.11.04 236
97 새벽 공기 2013.07.26 237
96 보안등 포말 file 2013.03.11 238
95 전기자전거 2008.11.07 239
94 서술 2008.12.02 240
93 이 저녁은 2009.11.05 240
92 우울 2013.08.29 240
91 하나의 색으로 물들어 간다는 것은 자연의 신념이다 2008.11.01 242
90 신묘년 새해 2010.12.31 243
89 그리운 것들이 연대하는 2009.11.18 245
88 여행, 편지 그리고 카메라 10 2011.02.16 249
87 2009.03.02 254
86 밤기차 2009.03.09 2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