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2013.09.10 07:58

윤성택 조회 수:268

첫 문장을 시작하는데 세 시간이 걸리는구나. 밤이 저녁놀을 삼키고 약효를 기다리듯, 나는 이 가을의 처방에 따라 생각을 훑으면 나무에 매달린 메모지 툭툭 떨어져 내리는 상상. 


서늘한 새벽, 알약처럼 몸을 웅크린다. 누가 나를 복용하는지 아린 위통처럼 가로등 환하다. 이불로 몸을 봉하면 점선으로 이어지는 꿈들. 몇 알의 별이 손바닥에서 별자리를 이루는 상상.

가을은 필체의 계절이다. 나무마다 붉은, 노란, 갈색의 잉크에 뿌리를 적시고 공중으로 써내려가는. 그렇게 문장이 시들어가면서 읽힌다. 내 몸이 한 시절 생을 적시다갈 당신에게 이 악필을 어쩌지 못한 채.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85 2008년 11월 20일 12시 47분 2008.11.21 257
84 한 잔 하늘 2010.10.27 258
83 도시 file 2013.02.19 260
82 영하 6도 2008.11.18 262
81 저녁 2009.04.01 263
80 여행, 편지 그리고 카메라 7 2011.01.26 263
79 크리스마스 file 2013.01.09 264
78 로딩 2010.10.04 265
77 감도 2013.08.31 265
76 여행, 편지 그리고 카메라 5 2011.01.14 267
» 2013.09.10 268
74 붉은 버스와 눈 file 2013.02.28 270
73 대피로, 바다 file 2013.04.12 274
72 우연한 회상 2008.11.08 276
71 대리 2013.09.13 277
70 어디에선가 본 것도 같다 2009.11.17 278
69 2010.01.18 281
68 여행, 편지 그리고 카메라 6 2011.01.18 281
67 건널목 2013.08.22 283
66 기로 2013.08.26 2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