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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내의 멀미

2022.08.09 20:20

윤성택 조회 수:171

뭍에서 바다를 바라보면 낭만이지만, 바다에서 뭍을 바라보면 멀미를 멈춰줄 간절한 장소가 되기도 한다. 보트를 타고 낚시 가자던 말에 솔깃해, 따라 탔다가 삼십 분도 안 되어서 산송장으로 돌아왔다. 뱃멀미, 그것은 몸이 거부하는 착용감에 가까웠다. 그 현기증은 내 안 물의 기억이 몸을 분리해낼 때 드는 에너지라고 할 수 있다. 배 위에서 어느 순간까지 축적해가다가 분출하듯 속을 게워내게 한다. 다들 웃고 있는 배 안에서 갑판 밖으로 머리 내밀어 토하고 있을 때, 수중(水中)은 엄마 뱃속 태아의 유영처럼 내 무의식을 불러냈으리라. 그곳에서 유배되어온 게 지금의 몸일까. 어쩌면 멀미는 근원을 일러주기 위해 나의 신경계를 소모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때 나는 바다를 겨우 받아들이게 되었다. 보트에서 내려 평상에 벌렁 드러누웠을 때 빙빙 도는 머릿속을 중력이 아늑하게 눌러주었다. 다시 바라본 바다, 수평선은 흔들림 없이 준엄한 기준선이었다. 그것은 아마도 바다로 간 포유류가 뭍을 바라볼 때의 심정이었을 것이다. 고래도 몇 천만 년은 뭍과 바다를 오가다가, 다시 몇 만 년이 흘러 뭍과 영영 이별하는 순간이 있었다. 퇴화된 다리를 휘저으며 마지막, 그 마지막 뭍을 바라본 눈빛. 그리고는 더 깊은 대양으로 나아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어느 날, 숨 쉬러 수면 위로 떠올라 육지나 섬을 바라볼 때 부릅뜬 눈, 그 흰자위에 내가 비쳤다고 할까.

 

 

- <시마> 2022년 여름호 발표 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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