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는 더위 속 에어컨 바람이 파충류 피부처럼 팔뚝을 쓰윽 훑고 지나간다. 막다른 구석에서 배밀이하듯 뒤도는 오싹함이랄까. 오늘따라 모자를 쓰고 싶더라니. 밖은 폭염이 그늘을 덕지덕지 묻힌 채 졸고 있는데, 나는 보아뱀 속 같은 침침한 실내에서 코끼리마냥 코를 실룩거리고 있다. 커피향은 요란하다. 들들들 원두가 갈리는 소리, 생택쥐페리가 타고 다녔을 비행기 프로펠러 도는 소리. 그렇게 음악을 티스푼으로 저어 얼음과 섞으라는 건가. 상상이 유리잔 표면에 맺히고, 그 너머 나도 유리창에 비친다. 어느새 신발 벗고 의자 위에서 양반다리로 앉았구나. 그래, 습관은 자세가 길들여온 애완 같은 거지. 턱을 괸다.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다던 4시가, 자꾸만 3시의 너를 떠올리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