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깬 잠이 몸을 뒤척이게 한다. 빗소리 아득히 들려 나는 강물의 물고기처럼 한쪽으로 휘다 다른 편으로 돌아눕는다. 어쩌면 내 정신이 묻은 어류가 세상 어딘가 있을지도 모른다. 컴퓨터의 버그처럼. 겹친 계약서 뒷면 푸른 글씨처럼. 동시에 깨어난 이 새벽 사람처럼. 그 어떤 기시감은 어딘가에서 전해져온 메시지이므로. 이 세상에서 탈퇴하게 되면 나는 어떤 메시지로 읽혀질까. 내가 남긴 글이며 생각이 텍스트로 온전한데 고요히 사라졌다면. 까만 눈동자의 신생아를 볼 적마다 나는 눈먼 사람이 된다. 지구의 시차를 견디기 위해 황금똥을 누거나 종일 잠으로 몸을 회복하는 신생아들. 그들은 모두가 비슷하지만 다른 미션을 쥐고 악착같이 살아남는다. 내가 진정 나라고 느낄 때 몸이 폭파되는 어느 영화의 결말처럼, 나는 내 눈이 불안하다. 나 아닌 나로 동기화되기까지 얼마나 타인이 되어야 하나. 기억이 주입되는 알약을 삼키고 캡슐에 들어가 한 시간을 자고나니 빙하기가 끝났다. 과거로 갈 수 없다면 미래를 과거로 차용해야 가능하다. 그러니 나는 이미 미래가 꿈꾸고 있는 어느 날이다. 나는 이 메시지가 때때로 두절되길 바란다. 여기는, 이 새벽은, 버퍼링이 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