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쪽으로 나 있는 통창으로 대로가 있고
그 너머 공사 가림막에 포스터들이 붙어 있다.
떼어내다 그대로 자국이 되어버린
청테이프며 스카치테이프가
마치 모자이크처럼 이글거린다.
저곳에 한때 우리도 붙어 있었던 적이 있었다.
구름을 문덕문덕 떼어내 푸른색에 담아놓은 하늘,
탁 트인 저 앞도 그렇게 밤으로 저물어갈 것이다.
계체량에 실패한 복서가
다시 체중을 재기 위해 기다리는 기분일까.
아니 간신히 기억해낸 사람의 이름을 잊을까봐
불안해하는 꿈같은 걸까.
건물의 그림자가 길을 건너는 동안,
나도 서서히 저물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