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름시름 앓던 허브가
거의 말라 누렇게 되었을 때
마지막이다 싶어 밖에 내다놓았다.
그리고 잊었다.
오며가며 눈길이 닿았지만
뿌리가 썩었을 텐데, 하면서
돌아서곤 했다.
그러다 오늘,
그 앞에 쪼그려
네가 보내주는 향기를 맡는다.
꽉 막힌 안에서
나는 너에게 바라기만 했던 건 아닐까.
바람 한 점 없는 구석에서
너는 너대로 나를 비워갔으리라.
그리고 우린
몇 발짝 문을 건너가 타인으로
몇 달을 지냈다.
돌이켜보면 집착이 서로를
숨 막히게 했다.
폭염이 들끓던 여름
단 한 번 물도 주지 못해서,
폭우가 쏟아지던 날에도
차마 들여 놓지 못해서
나는,
너에게 향기가 없구나.
쪼그려 앉은 무릎이 자꾸만 바닥에 닿는다.
그래,
이렇게
너를 본다,
사진에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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