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에는 항상 지름길이 있다.
그러나 가로질러 갈 수 없었던 사연은
연애담처럼 막막해서였을까.
그 아이에게 쓴 편지가 첫 줄부터 설레여서
그 집 앞은 키보다 깊은 물속이었지.
누가 누구를 사랑한다 라는 낙서조차
어느 저녁의 고백 같은.
뜨거운 여운이 오월의 장미를 붉게 하고
그 저녁을 물들였을 것이다.
이제는 추억 자체가 지름길이 되어버린 기억,
창틀에 내어 놓은 작은 화분이 내내 싱그러워,
외로운 유년을 이야기하는 골목이 있다.
이때는 길을 빨리 찾기 위해서는
길을 잃어버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