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창밖 천막이 바람에 들썩일 때마다
비스듬한 햇살이 머리를 쓸어 넘겨준다.
이마의 수분으로 여드름 피던 시절이 있듯
쓰윽 짚어보는 볕에도
꽃이 묻어난다. 너를 꺼내온 건
나무의 본심이었겠다.
꽃이라 불렀던 시절이 누구에게나 있었던 것처럼
이런저런 회심에도 색이 돈다. 그러니
봄은 누군가가 잊지 않았다는 기념.
몇 백 년 전 그가 꽃으로 웃는지 우는지,
흩날리는 향기만으로도 나는 지고 있다.
세상이 너무 실감나서,
몸이 너무도 시간에 꼭 맞아서,
간신히 망울로 빠져나오는 봄이므로.
토드락이는 바람에 볼이 붉다.
가장 그리운 곳부터 열을 얻어가는 취기가
동백이었다면, 나는 목련 변방에서
손가락으로 막걸리나 젓고 있었을 터.
생은 生막걸리처럼 텁텁하나니 꽃이여,
나를 가득 채워라. 나를 들이켜
다시 누군가 눈에 담겨주렴.
그쯤에서 들켜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