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 문학동네/ 진수미
바기날 플라워
여름 학기
여성학 종강한 뒤, 화장실 바닥에
거울 놓고
양 다리 활짝 열었다.
선분홍
꽃잎 한 점 보았다.
이럴 수가!
오, 모르게 꽃이었다니
아랫배 깊숙이
구근 한덩이
이렇게 숨겨져 있었구나
하얀 크리넥스
입입으로 피워낸 꽃잎처럼
철따라
점점(點點)이 피꽃 게우며, 울컥 불컥
목젖 헹구며, 나
물오른
한줄기 꽃대였다네.
[감상]
여성성을 전면에 드러내는 과감한 표현에 정신이 번쩍 듭니다. 슬몃 엿보듯, 시 읽는 재미가 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