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니카노르 파라 (칠레)



       이름 모를 여자에게 바치는 편지



        몇 해가 가고, 몇 해가
        또 가고 그래서 바람이 당신의 영혼과
        내 영혼 사이에 커다란 구덩이를 만들고, 그렇게
        그렇게 몇 해가 가고, 그래서
        내가 정원을 배회하다가 지쳐버린 불쌍한 사나이가
        누군가를 사랑했던 사나이가
        그대의 입술 앞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추었던
        추억의 사나이가 되었을 때
        그대는 어디에 있을까? 오, 내 첫 입맞춤의 여인이여
        그대는.



[감상]
그때가 언제였는지도 모릅니다. 낡은 국군수첩에 휘갈겨 적혀 있더군요. 니카노르 파라는 "시(詩)와 반시(反詩)" 라는 시집 등으로 칠레 국민시인쯤 된다는군요. 원래 저는 번역시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 나라의 언어가 아닌 이상, 이미 번역자의 시가 되어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시는 읽으면 읽을수록 전생이라던가 윤회라던가를 생각하게 합니다. 유치한 얘기지만 그 얘기 아세요? "그대 내 눈빛 기억해 둬. 다음 生에 기억할 수 있도록." 아마도 그래서 우리는, 첫눈에 반하는 사람을 혹시 전생에서 봤을까하면서 마음을 더듬는 것은 아닌지요. 하하하, 오늘은 이 詩 때문에 주위를 살피는 아름다운 현상이 일어나길요.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71 풀잎 다방 미스 조 - 정일근 2001.06.27 1450 265
70 내 품에, 그대 눈물을 - 이정록 2001.06.22 1523 268
69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 고정희 2001.06.21 1671 276
68 지푸라기 허공 - 나희덕 2001.06.20 1552 287
67 그 숲엔 무수한 뼈가 있다 - 김충규 2001.06.19 1486 311
66 그린 듯이 앉아 있는 풍경 - 박형준 2001.06.18 1568 280
65 4월 - 한용국 [1] 2001.06.15 1600 301
64 아카시아 - 박순희 2001.06.14 1799 313
63 민들레 - 이윤학 2001.06.13 1837 285
62 바닷가 우체국 - 안도현 2001.06.12 1653 267
61 나무에게 묻다 - 천서봉 2001.06.11 1837 327
60 목재소에서 - 박미란 2001.06.08 1268 272
» 이름 모를 여자에게 바치는 편지 - 니카노르 파라 [1] 2001.06.07 1496 275
58 방생 - 이갑수 2001.06.05 1246 264
57 폭설 - 박진성 2001.06.04 1505 277
56 木도장 - 손택수 2001.06.01 1589 350
55 부드러운 감옥 - 이경임 2001.05.31 1443 268
54 그 날 - 이성복 2001.05.30 1666 257
53 반성 16 - 김영승 2001.05.29 1350 255
52 기억에 대하여 - 이대흠 2001.05.28 1609 2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