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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어가는 혹은 굳지 않는 상처들 - 은 빈

2002.01.24 10:31

윤성택 조회 수:1276 추천:175

『현대시』2001년 12월 신인상 당선작/ 은 빈 / 현대시



             굳어가는 혹은 굳지 않는 상처들





화석 속에서

용암 진흙 자갈 침엽수잎 은행나무 고사리 박테리아 해파리
삼엽충 암모나이트 산호 조개 불가사리 새우 진딧물 사마귀  
잠자리 딱정벌레 바퀴벌레 개구리 악어 시조새 바다전갈 전
기뱀 장어 거북이 상어 공룡뼈들이 서로의 상처들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다.

내 기억의 중심부에 우뚝 서있는 푸른 산맥. 그 깎아지른 절
벽의 틈 사이 또 다른 화석이 되어가는 내 상처들. 바위를
뚫고 나온 잠자리 한 마리가 푸른 하늘을 날고있다.



[감상]
놀라운 일이지요. "뼈들이 서로의 상처들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다"는 발상. 이 부분에서 잠깐 호흡을 가다듬습니다. 이 한 구절에서 화석으로 남았을 먼먼 세월이 느껴집니다. 지금도 지층 어딘가에서 남아 있을 것들을 생각해보면, 우리 또한 이 공기와 시간의 지층에 화석으로 남아 가는 것은 아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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