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 지하주차장
빽빽하게 들어찬 어둠을 솎아내느라
형광등 불빛은 가늘게 떨고 있다
그 경계를 잘라내는 환풍기는
울음이 엉겨 잘 돌아가지 않는다
영원히 잠들어 있을지도 모를
이곳을 깨우기 위해 사이렌은
입구에서 검은 침묵을 매만진다
누구나 지상과 멀어지고 싶지 않듯
지하로 지하로 차를 몰고 내려온 이는
잘못 든 길처럼 숙명적이다
그가 홀연 빠져나와 차 문을 닫을 때
지하층 전체에 일순 울리는 소리,
누군가 들뜬 페인트처럼 후들거리며
벽면에 기댄다 통곡이 지루하게
계단으로 이어진다 모든 길에는
끝이 있다고 우회와 우회를 거듭하며
나선 방향으로 낙하한 하역의 공간,
지하로 내려갈수록 묵직한 나사가
조여오고 있다 그가 못질하듯
구두 소리로 걸어나간다 깊은 밤처럼
고요한 지하주차장, 길이와 폭으로
테두리를 두르던 주차선이 문득
영정 사진에 가 있다 또 누군가
차를 타고 지상으로 올라갈 것이다
* 시집 《리트머스》(문학동네) 中
윤성택
1972년 충남 보령 출생
2001년 『문학사상』으로 등단.
시집 『리트머스』, 『감(感)에 관한 사담들』, 산문집 『그사람 건너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