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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때 생각에 빠졌는 바,

2002.10.17 16:22

윤성택 조회 수:188


오늘 점심을 먹다가
이런 말이 귀에 들리더군요.

'지금 사랑하는 사람을 알고 싶다면
멀리 여행을 떠나라'

이렇듯 낯선 곳에서는
그리움의 수신율이 높아져
불필요한 인연의 잡음이 들리지 않고
다만, 오직, 그에게만 생각이 통하겠구나 끄덕여집니다.
어쩌면 추억이란
과거의 정점에서 이 먼 낯선 시간까지
흘러왔기에 가능한
기억 수신율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너무 멀리 와버렸기에 잊혀진
그런 사람은 또 얼마나 될까요.
이제 그만 끈을 놓자고
어느 한 쪽에서 슬며시 끊어버린 인연.
영영 통화중이거나 부재중인 사람.

언젠가 무전기 같던 핸드폰을 바꾸면서
미처 새 핸드폰으로 옮겨오지 못한
전화번호에게 안부를 묻고 싶어집니다.
중고 핸드폰 속에 들어앉아
어느 낯선 나라에게까지 가지는 않았을까.
그래도 누군가 삭제키를 눌러주었겠지.
내 이름이 그랬던 것처럼.

요즘 들어 나는 전화를 붙잡고
관심 없습니다를 종종 고백합니다.  
차라리 홈쇼핑방송처럼
놀라지 마십쇼!로 전화 걸어온다면
신용카드 번호를 알려줬을라나.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차문을 열고 흉내내다가 날아가 버린
카드는 또 얼마나 될까.
애완견 센터에 전화 걸어
니들이 개맛을 알아?
장난전화처럼 심심한 생각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