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와 마음」 / 이지엽 (1982년 『한국문학』에 시로, 1984년 『경향신문』에 시조로 등단) / 《문학의문학》 2008년 봄호
        기도와 마음
        기도는 머리고
        믿음은 발이다.
        사랑은 그 사이를
        오갈 수 있지만 가진 이가 드물다
        말은 구름과 같아
        없어졌다 나타나
        산성비를 뿌린다
        머리는 마음에 있어 바다도 건널 수 있지만
        발은 절벽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하니
        어려워라
        바라는 것들의 실상과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를 갖는다는 것*은
        기도는 예언에 가 닿고
        믿음은 꽃에 가 닿는다. 
* 히 11:1
[감상]
이 시의 상징대로라면 진정한 사랑은 기도와 믿음이 오가는 것이겠습니다. 종교적인 입장이 아니라도 이 시에는 깊이 있는 삶의 통찰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본질을 이해하려고 하는 노력이 세상살이의 교훈과 잇닿아 있다고 할까요. 군더더기 없이 간결한 문장은 치장하려는 직유를 모두 버렸기 때문입니다. <기도는 예언에 가 닿고/ 믿음은 꽃에 가 닿는다>, 봄이 그렇게 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