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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창은 수다중

2003.03.03 16:00

윤성택 조회 수:489 추천:5

밤 늦게 버스를 타고 오는데
그리고 자꾸 눈이 감겨오는데
삐걱삐걱 유리창들이 수다를 떠는 소리.

이걸로 시 한 번 써보면 어떨까 싶어서
졸면서도 마음 속에는 종이를 꺼내 놓고
첫행부터 적어 나갔습니다.
괜찮다 괜찮다 좋구나.
잊지 말자 해놓고.

집에와 또박또박 다시 적어보는데
갑자기 막막함이 밀려왔습니다.
내가 무슨 생각을 했던 것이지?
아아 모르겠다고
괜한 펜 탁 뒤집어 놓고
손바닥이 턱에가 졸음의 기둥을 받칩니다.

그래 기억은 바퀴와 같은 것이 아닐까.
바퀴가 둔덕을 기억해낼 때마다
덜컹이는 것처럼
나는 그렇게 다시 막차 무렵의
버스 안이 되어야겠구나.

"나를 붙잡지 마라"
유리창이 창틀에게
발을 뿌리치는 중이었나?
그래, 그렇다고 하자
히죽 웃으며
잠의 터널을 막 통과하고 있습니다.


2002. 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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