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이는 서고 싶다』/ 박영희/ 창비시선(2001)
아내의 브래지어
누구나 한번쯤
브래지어 호크 풀어보았겠지
그래, 사랑을 해본 놈이라면
풀었던 호크 채워도 봤겠지
하지만 그녀의 브래지어 빨아본 사람
몇이나 될까, 나 오늘 아침에
아내의 브래지어 빨면서 이런 생각해보았다
한 남자만을 위해
처지는 가슴 일으켜세우고자 애썼을
아내 생각하자니 왈칵,
눈물이 쏟아져나왔다
산다는 것은 이런 것일까
남자도 때로는 눈물로 아내의 슬픔을 빠는 것이다
이처럼 아내는 오직 나 하나만을 위해
동굴처럼 웅크리고 산 것을
그 시간 나는 어디에 있었는가
어떤 꿈을 꾸고 있었는가
반성하는 마음으로 나 오늘 아침에
피죤 두 방울 떨어뜨렸다
그렇게라도 향기 전하고 싶었던 것이다
[감상]
박영희 시인은 일제치하 광부징용사를 쓰기 위해 월북을 감행, 그 대가로 칠 년을 감옥살이했다고 합니다. 이 시는 그때 지순하게 기다려준 아내에 대한 사랑이 잔잔하게 배여 나옵니다. 시가 무엇인가, 이 물음은 당신이 얼마나 솔직해질 수 있는가를 말하는 것은 아닐까요. 거짓말은 하면 할수록 늘겠지만 아니 세탁통에 던져 넣을 말은 많겠지만, 그걸 빨래하는 건 다름 아닌 영혼에 대한 지독한 성찰이어야 한다는 것.
간결하고 담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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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학원 국어 강사입니다..........,뜸하게 詩作도 해본 답니다.
아직 턱없이 부족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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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시간..........,하니에 들렀다가 님의 시를 읽고......, "영혼에 대한 지독한 성찰이어야 한다"는 정체모를 어떤 느낌에......, 바쁜 마음 멈칫거리며 이렇게나마 몇자 흘리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