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장엔 동백나무 숲 / 임 슬/ 『문예중앙』낙선작 中
공사장엔 동백나무 숲
엊그제 목수 박氏가 붙인 무늬목에 도장(塗裝)공 여주댁이 초벌칠살을
올린다 칠이 마르기 무섭게 '꽃피이∼는 동백섬에∼'의 꽃다운 날들을
뒤로하고 붕붕거리는 샌딩 머신이 지난다 무늬목에 새겨진 울퉁불퉁한
세월이 먼지와 함께 갈린다 내가 그렇게 좋아? 바짝 뒤쫓는 여주댁 옆구
리를 박씨가 직신, 한다 벽을 타고 전해지는 샌딩 머신의 울림이 말벌의
날개 치는 소리 같다 아무렴, 지랄 같이 좋지
축축한 옷자락이 아교처럼 끈적거리는 섭씨 34도 언저리. 짐짓 너스레
를 떨며 여주댁이 콧소리를 내며 달라붙는다 저 화사한 무늬의 땀 냄새
를 맡고 공사장 옹벽 어디선가 동백나무들이 꽃망울을 달고 쏟아져 나
올 것만 같다 붕붕거리며 섭씨 34도의 언저리. 말벌 난다.
스스럼없이 뒤엉킨 동백나무 숲. 옹벽이 조금씩 밀려난다
[감상]
왜 이런 시를 보게 되면 괜시리 실실거리게 될까요. 목수와 도장공 중년 남녀가 이뤄내는 짠한 여름, 노동과 욕망을 절묘하게 잇대어 놓았습니다. '내가 그렇게 좋아?'라는 말, 살아가면서 우리는 몇 번이나 했을까 싶고요. 모쪼록 이 낙선의 작품이 시집으로 엮어지길 기대하면서 이 분의 문운을 빕니다.
오늘은 날씨가 많이 풀렸죠? 온산이 울긋불긋...숲의 스산한 모습에 잠시 마음을 뺏기다가 왔습니다
시...재밌네요. 퍼가도 되죠?
아는 선생님께서 며칠전에 좋은 시 있음 추천해 달래서 퍼다가 출력합니다. 아마 시낭송용으로 사용하실 듯...괜찮나요?
오탁번선생님의 '굴비'같은...뭐, 그런 끈끈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