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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1월 20일 12시 47분

2008.11.21 23:26

윤성택 조회 수:716 추천:3




첫눈이 내렸다. 그것을 바라보는 내가 새삼 낯설다. 나는 여기 있구나.  저 밖 느리게 흩어지는 눈발의 회상에서 나는 얼마나 멀리 왔을까. 첫눈을 보고 설레지 않는다면 심장이 더 이상 청춘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한때 기록이고 사건이었던 첫눈. 시간은 점점 사소해지고 단순해지길 원한다. 예감이 내일에서 걸어와 마음에 묵지 않는다. 누군가를 믿는다는 건 위태로운 용기일 뿐. 하얗게 다만 하얗게 눈은 쌓이고 쌓일 뿐. 生은 생솔가지 분질러 피우는 매운 연기가 아니었던가. 겨울은 성실하게 사람의 습관을 이해했다. 우리는 그해 첫눈을 기념하고 각기 다른 해에 그날의 기억을 태웠다. 그러니 매해 첫눈은 내리지만 황폐한 겨울 숲을 간섭해서는 안 된다. 외로운 나무일수록 눈발을 오래 버티다 가지를 비튼다는 것을, 플라타너스에 기대어 있다가 알았다. 한 호흡 한 호흡 걷다보면 풍경이 흰 입김을 덜어간다. 그리고 몸이 눈발 속으로 사라지고, 끝내 느리게 내리는 눈송이에 섞인다. 그러니 나를 알아본다면 훗날 첫눈 속 쓸쓸한 그 첫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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