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일요일은 시골에 가서 못자리를 하고 왔습니다. 한달 전쯤 윤시인님의 방을 찾아왔을 때 받았던 감전 사고의 후유증이 아직도 가시지 않아 손떨림 증세가 있었답니다. <밤기차>, <불 꺼진 방>, <봄, 전류학 개론> 등의 시가 전해주던 고압선의 감동을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나는 언제 저런 시를 한 편이라도 써 볼 수 있나 자책을 많이도 했구요.
저희 아버지 생신이 4월 초파일입니다. 그래서 저희 집은 아버지 생일날 고기를 먹지 않습니다. 못자리를 마치고 서울로 올라와 윤시인님의 방을 노크한 순간 또 한편의 감동스런 작품이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사월 초파일, 전봇대>였습니다.
저를 잠 못 들게 하신 윤시인님.
앞으로 죽는 그 날까지 <사월 초파일, 전봇대>같은 시 한 편이라도 지었으면 하는 게 저의 조그만 소망입니다. 저의 시는 아직도 걸음마 수준이고 그래서 윤시인님의 엄격한 질타를 들어야 할 줄 압니다. 제 시의 허물을 아낌없이 지적해 주시고 혹독하게 꾸짖어 주세요. 저도 좋은 시 한 편 쓸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