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새는,

2008.09.29 09:16

이정희 조회 수:193

새는, / 이향미
  

   낡고 어두운 그림자를 제 발목에 묶고 생의 안쪽으로 타박타박 걸어들었을 테지 비에 젖은

   발목을 끌며 어린 날개를 무겁게 무겁게 퍼덕였을 테지, 가느다란 목덜미를 돌아 흐르는 제 절박한 울음소리를 자꾸자꾸 밀어냈을 테지 여물지 못한 발톱을 내려다보며 새는, 저 혼자 그만 부끄러웠을 테지, 그러다 또 울먹울먹도 했을 테지

   어둠이 깊었으므로
   이제,
   어린 새의 이야기를 해도 좋으리

   나지막이 울음 잦아들던 어깨와 눈치껏 떨어내던 오래된 흉터들을 이제, 이야기해도 좋으리 잊혀가는 전설을 들려주듯, 아무것도 아닌 게 되어버린 낯설고 차가운 이국의 신화를 들려주듯 이제, 당신에게 어린 새를 이야기해도 좋으리

   새는,
   따스운 생의 아랫목에
   제 그림자를 누이고
   푸득푸득, 혼잣말을 했을 테지
   흥건하게 번지는 어둠을
   쓰윽, 닦아내기도 했을 테지

   새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938 날씨 [1] secret 어진이 2008.11.19 3
1937 안녕하시죠?? [1] secret 송선미 2008.11.17 4
1936 대문이 바뀌었네요~ㅅㅅ [1] secret 김병곤 2008.11.16 5
1935 홈이 예뻐졌습니다. [1] 살구골 2008.11.07 181
1934 가을이라서일까요?.. [1] 타조 2008.11.06 182
1933 메모 전 [1] 윤성택 2008.10.30 231
1932 오랜만이지요 ^^" [1] 안경식 2008.10.13 182
» 새는, [1] 이정희 2008.09.29 193
1930 poemfire.com 방문 4년차 [3] 김영일 2008.09.28 187
1929 오랜만에 끼적 ^^ [1] 김영일 2008.09.26 197
1928 가을 외투 조정화 2008.09.25 150
1927 오랜만이야 [1] secret 곽윤석 2008.09.21 6
1926 나의 마음에는 무엇이 있을까... [1] 정휘운 2008.09.12 166
1925 쓸쓸한 거리 [1] 조정화 2008.09.04 191
1924 박후기 시인님~ [3] 이정희 2008.08.27 204
1923 성택! (나, 후기야) [1] secret 후기 2008.08.21 5
1922 하이에나도 이름을 가지고 있다 [1] 조정화 2008.07.14 194
1921 목가풍으로 깊어가는 밤 [1] 이정희 2008.07.04 199
1920 잘 지내시는지요 [1] secret 조한빛 2008.07.01 10
1919 한갓진 여름의 안부 [1] 뿌리날개 2008.06.19 1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