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쉬는 일에 대한 단상/ 이가희 / 『시와정신』창간호 (2001년 대전일보 신춘당선)
숨쉬는 일에 대한 단상
항아리 속 검은 보자기 아래
노란 꽃술들,
살짝살짝 보자기를 들어 올리며
고르게 숨을 쉰다
콩나물 시루에 물을 끼얹을 때면
하루가 다르게 살 차 오르는
둥글 달을 보는 것 같은데
물관부를 따라 물길어 나르는
노랫소리에 맞춰
4분 음표들, 방안을 뛰어 다닐 것 같은데
숨쉬는 일이란
틈새를 비집고 촘촘한 영토를 다스리는 일,
고개를 떨군 채
生을 수직상승 시키는 일이다
[감상]
참 깨끗하고 단아한 시네요. 콩나물을 이리 표현했구나, 그리 발견했구나 싶고요. 가만히 생각해보면 콩나물의 음표들, 머리가 위쪽이므로 제각기 청명한 고음이네요. 179의 숫자로 더 이상 올라가지 않는 저는, 아직도 반음을 꿈꾸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