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우리 모르는 사이 - 서지월

2003.10.15 13:02

윤성택 조회 수:1713 추천:164

「우리 모르는 사이」/ 서지월/ 『현대시학』2003년 10월호



        우리 모르는 사이


        우리 모르는 사이
        인적 끊긴 어느 산길에 버려진
        벌레 한 마리
        쓸쓸히 숨을 거두고 있을지 몰라

        우리 모르는 사이
        저홀로 벤치 위에
        아무 생각없이 떨어져 누워
        하늘 바라보는 나뭇잎 한 장
        그도 잊혀진 옛 애인처럼
        영원의 잠속으로 빠져들었는지 몰라
        
        우리 모르는 사이
        밤이 걸어서 지나가고
        내 몸에서 모래처럼 빠져나가는
        날숨소리, 그것들도
        어디선가 사막을 이뤄
        낙타들 줄지어 터벅터벅 걸어가게 하는지
        나는 아직 몰라

        우리 모르는 사이
        중심에서 한 점으로 이탈하는 모든 눈물들
        흩어져가는 그들 뒷모습만
        아련히 바라볼 뿐
        나는 나를 잘 몰라



[감상]
우리 모르는 사이 얼마나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까요. 이 시는 그런 상상력으로 벌레나 낙엽, 낙타, 눈물에 사연을 실어놓습니다. 나는 나를 잘 모르는데 그것들이 마치 나를 알아보는 것처럼. 어쩌면 아무도 모르는 사이 우주의 질서가 우리를 관통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우리'라는 말 참 정감이 좋네요.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511 접열 - 권영준 2003.11.04 1008 186
510 비 오는 날 사당동에서 총알택시를 타다 - 정 겸 2003.11.03 1044 167
509 바닷가 이발소 - 안시아 [1] 2003.11.01 1167 171
508 바닷가 사진관 - 서동인 2003.11.01 999 183
507 담배꽁초 - 송정호 [1] 2003.10.30 1143 171
506 깨진 유리 - 안주철 2003.10.29 1287 167
505 마늘까는 여자 - 채상우 2003.10.28 1234 173
504 골목의 캐비넷 - 정병근 2003.10.27 1090 192
503 비단 짜는 밤 - 정상하 [1] 2003.10.25 1065 182
502 정류하다 - 조동범 2003.10.24 1072 170
501 단풍나무 한그루의 세상 - 이영광 2003.10.23 1233 159
500 밤 막차는 왜 동쪽으로 달리는가 - 김추인 2003.10.21 959 156
499 사랑 - 이진우 2003.10.16 1734 164
» 우리 모르는 사이 - 서지월 2003.10.15 1713 164
497 오래 앉았던 언덕 버리고 - 장혜승 [1] 2003.10.13 1409 168
496 인생 - 박용하 [2] 2003.10.10 1857 159
495 그리운 소풍 - 오자성 [1] 2003.10.01 1350 187
494 굴뚝 - 안도현 [2] 2003.09.30 1495 176
493 움직이는 정물 - 김길나 2003.09.26 1086 183
492 처용암에서 1 - 김재홍 2003.09.24 1088 1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