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꽁초」/ 송정호/ '시현실' 2003년 가을호
담배꽁초
길바닥에 버려진 담배꽁초를 본다
누가 피우고 버렸는지
생(生)의 한숨까지 시커멓게 타 들어가 있다
숱은 꿈은 연기처럼 빠져나가고
바람은 잿빛 발자국들을 불러모아
납작하게 비웃고는 간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문신한 보도블록에서
온몸으로 숨을 들이켜는 이들
널찍한 전신주 그늘에 걸려
뒷골목으로 연행되고 있다
태양이 그늘을 키우며 스멀스멀 떠오른다
누군가 버린 삶의 두께만큼 야윈
그 몸뚱이로 웅크린 나는
부푼 연기를 끌어 모아 하늘에 걸어 본다
먹구름이 성큼 다가오는 소리
굵어진다
누가 피우고 버렸는지
마지막 한숨까지 차갑게 굳어 있다
타 버린 꿈을 비벼 밟고
나는 매일 조금씩 작아지는 것이다
[감상]
담배를 피우지는 않습니다만, 어쩐지 이 시를 보게 되면 담배를 피우는 화자의 심정에 동화됩니다. 새벽 담배를 문 사람들, 그들이 버린 꽁초에서 '나'를 발견하는 화자. 이 역시 버려진 것에서 삶을 이해하고 자기화 시키는 세상에 대한 연민을 느낄 수 있습니다. 우리는 담배 한 대처럼 이 생을 들이마시다가 결국 '매일 조금씩 작아'져 죽음에 이를 것입니다. 다 꺼져버린 꽁초에 앙 다문 이빨자국이 선명한 것처럼 삶은 끝끝내 피워내기인 것입니다.
좀 망가지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