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의 햇살>/ 변삼학/ 제7회 시흥문학상 수상작 
        아기의 햇살
        옆자리에 곤히 잠든 아기의 두 발이 
        가지런히 내 무릎 위로 넘어온다 
        송이버섯만한 낯선 두 발이 닿는 순간 
        내 시린 무릎이 
        보온 덮개를 올려놓은 듯 따뜻하다 
        달리는 전동차가 요람인 듯 새근새근
        잠든 아기의 얼굴이 갓 솟은 햇살 같다
        지나는 역과 역의 길이만큼이나 
        더 퍼져 오른 아기의 햇살 때문일까
        내 무릎이 한낮 햇볕으로 데워진다
        꿈속의 꽃동산이라도 거니는 것일까
        앙증맞은 꽃무늬 양말 속 
        꼼지락 꼼지락 햇살 발가락이 걷고 있다
        몇 개의 역을 지났을까 중천쯤에 떠오른 
        햇살이 무릎을 지나 가슴속까지 
        봄볕을 나르는 듯 훈훈하다
        온몸 그 훈김에 혼곤히 빠져있을 때 
        아장아장 돌배기 
        내 손을 잡고 꿈속의 동산으로 이끌어간다
        온갖 꽃무리 속을 거닐며
        그 많은 꽃들의 이름을 일일이 물어본다
        저어기 저 노란 꽃은? 저어기 저 분홍 꽃은?
        어느새 우리는 가족이었다
[감상]
한낮 지상의 전철 풍경에서 사람과 사람의 훈훈한 온정이 느껴지는 시입니다. 옆 좌석 아가의 발이 살짝 화자에게 닿는 순간부터 이 시는 현실과 상상을 오가며 촉감에서 촉발되는 이미지로 어우러집니다. 어느덧 화자도 아이와 같이 꾸벅꾸벅 꿈에 들고, 낯선 아이와 화자는 자연스럽게 <가족>이 되어갑니다. 무엇보다도 이 시의 뒷심은 관찰에만 머물던 시선이 어느덧 아이의 능동으로 생생하게 활력을 주는 대목입니다. 수동적 상태에 놓여 있던 아이가 <내 손을 잡고> <저어기 저 노란 꽃은? 저어기 저 분홍 꽃은?> 물어오는 그 아름다운 풍경을, 전철 차창의 햇살 또한 깨우고 싶지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