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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 은혜에 감사합니다.

2001.05.08 08:40

조회 수:247

아버지,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
마당 모서리에  흙 범벅이 되어 우물을 파시던 모습이 선명합니다. 비수같은 찬 물을 한바가지씩 퍼 주면서, 텃밭 배추에게도, 외양간 돼지에게도 퍼 주면서, 훠이 훠이 마당에게도 실컷 퍼 주면서 반나절을 속눈썹이 질척하던 물기많던 남자.
사랑합니다. - 어버이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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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잠잠한 날

두둥실 떠가던 구름도 꾸벅 꾸벅. 바위를 업고 있는 신록은 미동도 없다. 덜 화려하고 덜 축축한 시간 속에 모두 들어가 있다. 붉고도 밝은 조명 아래 한쌍의 신부신랑이 화강암 빛깔의 박수 소리에 발 맞추어 행진을 한 뒤, 수많은 하객들이 빠져나간 텅 빈 홀처럼, 홀의 빈 의자처럼 잎새들이 있다.

예식장에서 가장 뿌듯해 하던 사람, 등 나무 아래에서 그 분이 낮잠을 잔다. 거웃이 다 보이는 헐렁한 바지를 입고, 자갈같은 깡마른 젖꼭지만이 세월을 뚫어 온 거친 비음(鼻音)을 따라 꼼지락거린다. 물꼬같은 아버지의 콧구멍 밑에 가 보고 싶다. 그 곳은 얼마나 후미지고 한적할 것인가. 오래 머므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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