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을 보았다
어느날 밤 촛불과 하나가 되겠다는 욕망에 시달리던 나방들
이 한자리에 모였다.
"우리 중 누군가를 보내 우리들의 사랑의 대상에 대해 알아
오도록 해야해."
그래서 그들 중 하나가 촛불을 향해 출발했다. 그는 돌아와
서 자기가 보고온 대로 말했다.
- 나는 어제 사람을 보았다
그러나 모임을 주관하던 현명한 나방은 그렇게 해서는 촛불
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번에 다른 나
방이 출발했다. 그는 날개 끝으로 불을 살짝 건드려 보았
다. 그러나 너무 뜨거워서 가까이 갈 수 없었다.
- 나는 어제 누워있는 사람을 보았다
그의 설명은 첫번째 나방과 별 다를 것이 없었다. 그래서
세번째 나방이 떠났다.
사랑하는 촛불을 향해 그는 자신의 몸을 불 속에 던졌다.
그는 앞발로 불꽃을 부여 안고 기꺼이 불꽃과 하나가 되었다.
- 나는 어제 길바닥에 누워있는 사람을 보았다
그의 몸은 불처럼 붉은 색으로 변해갔다.
- 나는 어제 피를 흘린채 길바닥에 누워있는 사람을 보았다.
그는 늘 주유소에 앉아 멍하니 밖을 응시하던 청년이었다.
나는 그를 한달쯤 지켜봤다.
나는 버스 안에 있었고, 그는 늘 그 주유소에 있었다.
멀리서 이를 지켜보던 현명한 나방은 불꽃과 나방이 하나
가 되는 것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
- 경찰들은 그가 갑자기 차도로 뛰어들었다고 그랬다
"그는 알고 싶어하던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오직 그만
이 이해할 수있으리라.
그리고 아무도 그 이상은 말할 수 없으리라."
- 아무일도 없었다고 주인은 말했다.
왜 그 시각에 그가 갑자기 술에 취한 것도 아닌데
뛰어들어 자신의 목숨을 버렸을까. 나는 아무런 대답도, 결
론도 내리지 못한다.
다만 현명한 나방처럼 오직 그만이 이해할 수있으리라고,
여느 버스 안의 승객처럼 읊조릴 뿐이다.
붙임
- 천망회회 소이불루(天網恢恢 疎而不漏)
오이 심으니 오이 얻고 콩 심으니 콩 얻습니다.
하늘이 쳐놓은 그물 넓디넓지만 빠져나갈 구멍 보이지 않습
니다.
오늘이 육이오입니다.
이미 퇴색해버린 이데올러기의 망령이 우리를 괴롭힙니다.
저질러 놓은 일
지금 저지르고 있는 일
잘잘못의 기준 역시 마음이 만듭니다.
하늘이 쳐놓은 그물, 마음의 그물입니다.
저의 홈피에 다녀가심을 감사드립니다.
님의 마음속 느티나무 아래, 그 시원함을 벗하며
님께서 던져주신 인연의 끈을 살포시 잡아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