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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짙은 외로움

2001.09.01 07:30

조회 수:121

윤시인님의 집에는 너무 가을이 일찍 찾아왔군요.
모두들 외로움에 떨며 좆도를 외치고, 낙엽을 바라보고, 가을비에 젖어들고!!
하마터면 나도 그 감정에 화상을 입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힘!!
그냥 나의 외로움을 감추기 위해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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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가을 들판 앞에 섰다.
이사, 떠날 때를 준비하는 잠자리와 곡식들을 위해
헛간으로 퇴출당한 가마솥을 꺼내
쇳덩어리 붉게 달구고 , 솥뚜껑을 들어올리는 김 내뿜으며  익는 밥,
한솥 푸지게 쌀밥을 짓고 싶다.


대추나무 앞에 섰다.
땅 아래로 치렁치렁 휘어진 가지 앞에 섰다.
얼굴 근육과 이빨이 붉어지다가 똑 치근(齒根)이 부서지도록
오도독 대추를 깨물고 싶다.

붉은 돌담길 앞에 섰다.
소가 얼굴을 들이대고 뿔을 갈던 돌담이다.
송아지가 등짝을 썩썩 긁어대던 돌담길이다.
돌담길을 보면 하초에 힘이 불끈 솟는
나의 버릇을 누가 알랴.

누군가에게 뺨을 호되게 맞았는지
달무리가 부어 터졌다.
그러나 지상으로 뻗은 달빛은 대물을 걸은 낚시줄처럼
피융피융 팽! 팽! 우두둑 소리를 쏟으며 힘겨루기를 한다.
나도 뺨을 반짝 얻어맞고 싶다.
반짝 우주가 빛나고 生이 빛나고 삶이 빛나고 싶다.

이 가을!
슬픔도 외로움도 타지 않을 자신이 있다.
사과도, 대추도, 낙엽도 호되게 뺨을 맞아 붉어지는 가을!
나의 손은 내 얼굴을 때릴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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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전에 오지게 내 뺨을 때려 보았거든요!
와,
뺨에서 후두둑 후두둑 달빛이 깨알처럼 쏟아지고
미꾸라지같은 눈물이 치렁치렁!!
내가 왜 이러지?
정말 외로움에 치를 떠는 걸까?
으악악악악악악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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