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시인님 안녕하세요! ㅋ_ㄷ
좋은시읽기에 있는 시를 담아가기 위해
거의 매일 오다시피 하는데.. 오늘은 흔적을 남겨요^^
요즘 날씨가 왜 이리 변덕스러운지 모르겠네요.
제가 의경으로 근무하고 잇는곳은 의정부인데
근래 이곳에 편의점 강도사건이 몇 건 터져서
으...ㅠㅠ 덕분에 야간 근무시간도 새벽 1시~5시로 바뀌고...
도둑놈들 때문에 엄청 피곤해 졌답니다.
피로가 점점 축적되는것 같아요. 마일리지 서비스도 아니고.
오늘도 질문거리를 들고 왔습니다 ^-^
먼저. 시가 길어지는 것에 대해서 조언을 구하고 싶은데
함축, 절제, 이게 참 힘듭니다. 할 말, 쓸말은 참 많고
함축하고 절제 하다보면... 정작 내가 표현하려고 하는게 잘 표현이 안되는 경우가 많아요.
실력부족. 크... 어떤 식으로 극복해 가면 좋을까요?
요즘 시는 산문화 되는 경향이 많은것 같은데... 굳이 산문시를 좇을 필요는 없겠죠?
그리고.
최근에 읽은 시집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박연준 시인의 '속눈썹이 지르는 비명' 이었어요
비유나 감각이 날카롭고... 팔딱팔딱 뛰는 생명력이 느껴져서 너무 좋았습니다
또 이병률 시인의 '바람의 사생활' 이라는 시집은 어째서인지 제게 깊게 다가오지 못했습니다
결국 읽다가 포기하고 말았습니다...ㅠㅠ
제게 도움이 될만한 시집이 있으면 추천좀 해주세요~^^
자꾸, 시를 쓰다보면 저도 모르게 설명을 하게 됩니다. 설명하려는 욕구가 강해서 일까요, 흐음...
설명대신 묘사나 비유를 통해 드러내야 하는데 참.... 이게 잘 안되네요...
'정도'를 모르겠어요.
그리고 감정 노출이요. 시를 쓸때 감정노출을 어느정도 해야할지 어느정도 하는게 '정도'인지
바람직한지 갈피를 잡기 힘드네요. 물론 쓰는 사람 맘이겠지만....
가령, 시에서 '자랑스런 경찰들' 이라는 구절이 있다면... 굳이 '자랑스런' 이라는 수식어를
씀으로써 시인의 의도나 감정을 드러내야 하나......... 뭐 이런 의문이 생깁니다
그리고.
유형진 시인의 피터래빗 저격사건... 이 시에 대해 짧게라도 설명좀 해주시면 안될까요...
근래 읽은 시 중, 참 재밌게 읽었습니다. 상상력으로도 이렇게 쓸 수 있구나 싶기도 하고
제가 읽어내지 못한 더 많은 메타포가 숨어 있을것 같기도 하고, 말이죠.
길어지네요. 으윽 -_-;;
마지막으로... 습작시 몇편 첨부해요. 시가 자꾸 길어지고
말이 많아지고 횡설수설하고 뭔가 기분이 들떠 있는것 같아서
가벼워 보이고.... 해서, 조언을 구하고 싶네요
바쁘실텐데... 나중에 시간나시면... 천천히... 짧게라도..... 알려주세요^ㅁ^;;;
건강한 하루 되시고요. 좋은 시 많이많이 써주세요~*
헌책방
이곳은 의정부시 가능동에 있는 노인전문병원
수천의 노인들 각각 다른 병명으로 요양 중이다
누렇게 삭은 얼굴, 쭈글쭈글한 피부를 가리려고
햇빛을 얼굴까지 끌어와 덮어보지만
어느 누구도 나이테를 가릴 수는 없다
그래서 대부분 말기암 선고받은 환자처럼
절망적인 표정으로 최후를 기다리고 있다
그들에게서 나는 고집스럽고 현학적인 냄새 때문에
기피하는 사람들도 있다지만
나처럼 날마다 찾아와
안부를 여쭙고 따뜻한 손길을 건네는
제법 광(狂)적인 호스피스들도 있다
한때 종각의 영풍병원 가장 좋은 병실에 있다가
팔리고 팔려 의정부까지 내몰린 그들에게는
인간적인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
어제 오규원 할아버지에 이어
오늘은 202호 박완서 할머니를 찾아 뵙는다
똑똑, 할머니 안녕하세요! 들어가도 되죠?
할머니는 이불대신 먼지를 덮고 누워계셨다
심심하고 외로우시죠? 저와 함께 저희 집으로 가요
할머니를 두 손 고이 뽑아들고 집으로 모시고 와서
상처 날세라 물티슈로 조심스레 닦은 뒤
100% 면 소재 수건으로 마무리를 해드렸다
할머니 시원하시죠? 말은 없으셨지만
어제 오규원 할아버지와 마찬가지로
박완서 할머니도 아주 해맑게 방긋 웃었다
손으로 넘기는 할머니의 인생에서
말 못할 사연과 숨은 비화가 술술 풀려나온다
'너무도 쓸쓸한 당신'의 곰삭은 상처와 아픔이다
앞으로 천양희 할머니
백석, 서정주 할아버지를 차례로 모셔올 생각이다
오랜만에 대청소를 하고 새 책장을 주문했다
습도 조절과 청결과 산소공급은 필수이므로
그래야 오래오래 살아서 내게
드넓은 행간을 들려주실 것이므로
이제 내 집은 노인전문병원으로 거듭나고 있다
적어도 내가 죽기 전까지는
아무 데도 가지 않는, 결코 없어지지 않는
불멸(不滅)의 병원
백석 서정주 박완서 천양희 오규원이 생존 중인
문학(文學)향기 흐드러지는 노인전문병원
포르노 테이프에 관한 보고서
ㅡ어느 군인으로부터
자그마치 두달을 기다려온 미개봉 포르노 테이프, 대체 어떤 것이기에 저 네모난 사각 몸매 함몰유두 속에는 뭣이 들어 있기에, 다들 그렇게 목숨 걸고 매달리는 건지 엉엉 울다가 히죽히죽 웃다가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마는건지 실상은 알 수 없지만
아주 가까이서 새벽기도를 알리는 교회의 종소리, 산사의 맑은 물소리 조루루루 들리는 새벽, 이 순간을 위해 내가 지불해야 했던 시간과 기대가 모두 파편처럼 날아가 하늘에 별이 되어 박히고 나는 한 마리 새가 되어 그 하늘을 훨훨 날다가 성층권에서 뜬눈으로 붉게 충혈된 아침을 맞는데
리모컨의 능수능란한 손놀림으로 빨딱 빨딱 세계가 살아 일어나는 환희의 소리, 브라운관이 오르가슴을 느끼면 부풀어 오르는 내 몸, 팽팽해진 나는 흡사 수소 풍선이 돼가는 기분이야, 내가 너무 높이 솟았니?
최고지!
그렇지만 실상은 기대를 너무 완벽히 져버린다는게 문제지, 늘 똑같은 레퍼토리를 고수하는, 지지리도 안생긴 여자 주인공을 내가 만났다는게 문제지, 런닝타임이 짧아 단 한 번의 사정도 못하고 끝나버렸다는게 크나큰 문제지, 돌이킬 수 없는...
그래도 사랑해!
보고 나면 금방 잊혀지고 마는 허무한 꿈일망정 시간 지나고 나면 깊게 더 깊게 중독되어 가는, 일초에 지구를 일곱 바퀴 반 회전하는 필살(必殺)의 속도로 재생되는 72시간의
정.기.외.박.
CCTV
안녕! 하고 먼저 인사해야
결박을 풀어주는 의심 많은 눈,
저 눈과 마주친 사람이나
저 눈에 등 보인 사람은
과거 죄의 편력이 속속들이 드러나
감전된 듯, 온몸이 따갑고 아플 것이다
저 눈은 기억력이 좋아
한번 본 사람을 잊지 않는다
네가 집으로 돌아와 밥을 먹고 샤워를 하고
잠자리에 누워 눈을 감는 순간에도
너를 놓치지 않는 눈,
쉬지 않고 데굴데굴 굴러가는
관음(觀淫)의 눈동자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우체통 이야기
우체통은 심각한 변비를 앓고 있었다 어휴ㅡ 냄새, 코를 꽉 움켜쥐고 열리지 않는 완강한 똥구멍 속에서 수술 뒤 꺼내 보인 배설물에는 정지된 시간이 변사체로 발견되곤 했다
이 골뱅@ㅣ만도 못한 놈아! 민족의 살인마야! 국장님의 얄궂은 O.K. 사인 뒤에는 늘 이런 식의 과장님의 욕설이 졸졸졸 따라왔고, 계장님의 가혹한 구타가 장맛비로 이어졌다 뿔룩 튀어나온 배를 끌어안고 엉엉 울던 지난여름, 결국 몇몇은 지구를 버렸다
거리 위 골뱅@ㅣ들 슝슝 지나간다 저 시글시글한 골뱅@ㅣ들 캔을 까고 세상으로 나온 싱싱한 골뱅@ㅣ들 사이로 일년이고 이년이고 캔을 까고 세상으로 나온 한해살이 낙엽들... 이제 가을엽서는 부치지 않는단다,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다가 계절은 오고 너는 오지 않는데
눈이 온다, 공복의 창자 속 꼬르륵꼬르륵 비대발괄하는, 일단 눈이라도 먹고 보자 주둥이를 널찍하게 아ㅡ 벌려 우적우적 눈덩이라도 받아먹다가 울컥, 눈사람도 되는 일
지구는 23.5도 기울어져 있고 일주일을 굶은 가엾은 내 그림자도 23.5도 기울어져 문득 어지럽다가 지구는 둥그니께 앞으로 그저 앞으로만 가면 온 세상 사램들 다 만난다고 KTX보다도 더 빠른 HTTP 타고 가거라잉, 눈 녹고 봄을 맞는 일
저만치서 골뱅@ㅣ 시부적시부적 까부수며 말간 달빛 아래 사분사분히 걸어서 내게 오는 사람, 너일까 가슴 쿵쾅쿵쾅 온몸 붉어지다가 삼도 화상을 입는 일
지갑의 변(辯)
텅텅 빈 내 지갑, 객실에는 무전취식 하는 카드들만 얼굴을 반쯤 내밀고 누워있네. 정직한 뱃속에서 꼬르륵 알람이 울리면 나는 탁발하는 수도승처럼 재빨리 달려가 어디론가 전화를 거네. 이 전화 한 통이면 다음날 내 계좌로 캐시 20만원이 입금되고, 부부지간 형제지간에도 공짜가 없는 각박한 세상이라는데 전화 한 통에 20만원이면 세상에 이보다 더 쉬운 돈벌이가 있을까 싶은데, 24년 내내 모두 무상제공. 별도의 부가세 일절 없음. 심장도 꺼내주시는, 아아 ;
아버지와 나 사이에 FTA를 체결하네. 이건 뭐 따질 것도 없이 나의 일방적인 이익이 뻔한데, 아버지의 나라는 엄청난 적자임이 분명한데, 인자한 얼굴로 웃으면서 도장을 꽝! 찍으시는 아버지. 나도 마지못해하는 척 도장을 쾅쾅! 찍긴 찍는데, 근데, 늘 퍼주기만 하는 아버지의 나라 불쌍한 백성들은 어떡하냐고요. 불만 가득한 다리, 어깨, 허리가 수군수군 거리며 탄핵을 준비하고 있었죠. 아버지는 그때부터 아프셨고요. 나는 분식점, 마트 들러서 배 채우는 걸 좋아하고 사고 싶은 게 생기면 고민 없이 사버리는, 세상 모든 걸 소유하려 드는 탐욕스런 지갑의 입(口). 유유히 빠져나가는 아버지의 땀냄새가 황홀한,
지구 중력 30배의 농협 현금인출기 안, 양평에서, 적자의 나라에서 보내온 지폐를 뽑아들고 티라노사우루스의 발자국을 찍으며 돌아오는 길, 소나기 나리는데 눈앞이 따끔거리네. 스물넷, 이제 아버지의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네.
나 아버지 앞에 언제나 싱싱한 마이너스 계좌였다네.
가로등2
공중에 무엇이, 얼마나 많은것들이 쥐어 눌러
구부정한 허리 펴지지 않는건지
도대체 언제까지 구부린 자세로
불편한 잠을 자야 되는건지
250촉 전구로
세상의 낮은곳 부지런히 훑어내는
할아버지의 굽은 등(燈)
떴다, 달!
큰일 났다, 호랑이 동생
학교 준비물이라고 사온 검은 도화지에
요구르트를 흘리고 말았다
난 이제 죽었다
4월에 내리는 눈
첫눈도 반갑지만
4월에 내리는 눈은
고맙기까지도 해
철모르고 여행길 오른
저 순백의 동심들
아이 귀여워라
사람 눈에 보이지 않는
부등깃 힘껏 파닥이며
어, 어, 어, 어,
우왕좌왕 엉겨오는
여리디 여린 눈발들
우리가 여기 왜 온거야?
영문도 모르고
바닥에 닿는 순간
뼛속까지 녹아버리는
시 한편 추가했습니다.
너무 많은 분량이라 죄송합니다. T.T
그저 시간 나실때 천천히.. 읽어주신다면 영광이겠습니다
공정하게 평가 받을곳이 없어서요..
답이 늦었지요. 청탁원고 때문에 며칠 밤이 깊었습니다. 이해해 주시길.^
1. 산문화
엄밀히 산문화된 시가 나쁘다고 말할 순 없습니다. 다만 운문이 그러하듯 산문화된 시를 쓰더라도 거기에 운율(리듬)이 있으면 됩니다. 쓴 시를 속으로 중얼중얼 읽어보세요. 마치 노래를 부르듯 호흡에 신경 쓰면서 말이지요. 그러다보면 쉼표 등으로 끊어주어야 할 곳, 아니면 좀 반복해야겠다는 곳, 종결 어투에 대한 느낌들이 새롭게 보일 겁니다.
2. 시집
요즘 좋은 시집이 참 많습니다. 그리고 개성 있는 목소리들인지라 어느 게 좋다 나쁘다를 말하기에는 부적절하다는 느낌이고요. 김영일 씨의 스타일을 생각할 경우 박후기 시인의 시집을 추천하고 싶군요. 호흡이 길더라도 어떻게 응축을 시키며 비유를 어떻게 감각화 시키는지 도움이 될 겁니다. 여하간 시에서 직접적인 감정의 노출(분출)은 일단 피해야 합니다. 즉 독자보다 먼저 시인이 흥분하면 안 된다는 것이지요. 그것은 감성이 아니라 감상일 뿐입니다. 시적 완성도는 이러저러한 것에 흔들리는 것보다 올곧게 주제를 파고드는 것이 훨씬 미적입니다. <자랑스런 경찰들>에는 그 의미가 반어적이거나 어떤 복선이 깔려있다면 쓸 수 있겠다 싶습니다.
3. 시들
<헌책방>은 노인전문병원과 책들을 잇대놓는 상상력이 좋은 반면 기발한 표현(비유) 없이 좀 풀어져 있는 게 아쉽다 싶고, <포르노 테이프에 관한 보고서>는 느낌으로 시를 끌고 가는 것보다 ‘브라운관’이나 ‘리모콘’ 등의 연상작용을 통한 관찰과 묘사를 보여줬음 좋겠다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