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무덤생각 - 김용삼

2003.01.23 10:36

윤성택 조회 수:1000 추천:223

「무덤생각」/ 김용삼/ 『작가』2002년 겨울호, <신인상 수상작>



        무덤생각


        상가(喪家)에 다녀온 후 녹초가 되어
        문간방에 누워 있었습니다 네 살 먹은
        딸 아이 문밖에 서서 우는데
        문을 열어주기가 싫었습니다 아이는
        아빠를 서럽게 부르며 문을 두드립니다

        아이의 울음소리를 듣다 문득
        작은 방이 무덤이라 생각되었습니다
        언젠가 마지막 옷으로 갈아입게 되는 날이면
        무덤 밖에 서서 지금처럼 아이는
        대답 없는 나를 부르며 눈물 뿌리겠지요
        그때에는 일어나 달랠 수도 없겠지요

        관뚜껑 같은 문을 열어
        우는 아이 품 속에 꼭 안아 봅니다



[감상]
자연스러운 설정, 그리고 그 안에 녹아 있는 사랑. 온갖 포즈에 길들여진 시들 중에서 이런 시를 읽게되면 왠지 오늘 하루 착하게 살 것만 같네요. '방'을 '관'으로 바꾸는 것은 시인의 생각이자 상상력의 소산입니다. 그렇다면 그렇게 생각하기까지의 바탕에는 무엇이 있을까? 사랑하지 않고서 시를 잘 쓸 수 있을까?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391 한천로 4블럭 - 김성수 2003.03.05 988 202
390 주먹 눈 - 전동균 2003.03.03 1028 186
389 범일동 블루스 - 손택수 [1] 2003.02.14 1296 159
388 묵음의(默音) 나날들 - 은 빈 2003.02.12 964 158
387 수궁에서 놀다 - 박진성 2003.02.11 947 162
386 바람소리를 듣다 - 장만호 2003.02.10 1179 150
385 겨울잠행 - 손순미 2003.02.07 1110 178
384 1월의 폭설 - 홍신선 2003.02.06 949 182
383 새끼발가락과 마주치다 - 김사인 2003.02.05 983 169
382 공중의 유목 - 권영준 [1] 2003.02.04 888 160
381 모든 꽃은 흔들리며 뿌리로 간다 - 강미정 2003.02.03 1092 169
380 참붕어가 헤엄치는 골목 - 김윤희 2003.01.29 1087 196
379 쓸쓸한 느낌 - 서지월 2003.01.28 1265 212
378 사랑한다는 것은 - 최정숙 2003.01.24 1595 187
» 무덤생각 - 김용삼 2003.01.23 1000 223
376 폭설 - 심재휘 2003.01.22 1042 169
375 편집증에 대해 너무 오래 생각하는 나무 - 이장욱 2003.01.21 1022 188
374 즐거운 소음 - 고영민 2003.01.18 1207 218
373 산책 - 이기성 2003.01.17 1414 222
372 저녁에 대해 여럿이 말하다 - 문태준 2003.01.16 1156 1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