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별들을 읽다 - 오태환

2003.06.25 13:53

윤성택 조회 수:1264 추천:193

「별들을 읽다」 / 오태환 / 2004년도 『소월시문학상 작품집』추천우수작 中


        별들을 읽다


        별들을 읽듯 그녀를 읽었네
        가만가만 점자(點字)를 읽듯이 그녀를 읽었네
        그녀의 달걀빛 목덜미며
        느린 허리께며
        내 손길이 가 닿는 언저리마다
        아흐, 소름이 돋듯 별들이 돋아
        아흐, 소스라치며 반짝거렸네

        별들이 읽듯이 그녀를 읽었네
        하얀 살갗 위에 소름처럼 돋는 별들을
        점자를 읽어내리듯이
        내 손길이 오래 읽어내렸네
        그 희미하게 반짝거리는 낱말들의 뜻을
        눈치 못 채서 참 슬픈
        내 손길이 그녀를 오래 읽어내렸네

        그녀를 읽듯이 별들을 읽었네
        그녀를 읽듯이 별들을 읽었네
        춘천 가는 길 백봉산 마루께에 돋는 별들을
        점자를 읽듯이
        희미한 연필선으로 반짝거리는 그녀의,
        낱말들의 뜻조차 알지 못하면서
        서운하게 서운하게



[감상]
별들을 '보다'의 개념이 아닌 '읽다'의 측면에서 접근하는 방식이 참신하여, '별들을 읽다' 그 자체만으로도 느낌이 좋습니다. 초반부에 배치된 그녀에 대한 촉감 또한 빼놓을 수 없는 관능미이고요. 몸의 아름다움을 손끝으로 느끼는, 그리하여 소름의 교감을 확인하듯 별들을 보는 춘천 가는 길. 그때는 사랑이 무엇인지 몰랐을까요. 그녀가 마음에 모자라 섭섭함을 느끼는 추억을, 별들을 읽듯.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451 불찰에 관한 어떤 기록 - 여태천 2003.07.01 988 201
450 낡은 사진첩을 보다가 - 권영준 2003.06.27 1163 168
449 염전에서 - 고경숙 2003.06.26 1070 177
» 별들을 읽다 - 오태환 2003.06.25 1264 193
447 그 깃발, 서럽게 펄럭이는 - 박정대 2003.06.24 1086 192
446 내외 - 윤성학 2003.06.23 1029 169
445 욕을 하고 싶다 - 주용일 2003.06.20 1162 176
444 나는 오래 전에도 여기 있었다 - 임동확 2003.06.19 1168 172
443 되돌아가는 시간 - 전남진 2003.06.17 1173 166
442 지하도에서 푸른 은행나무를 보다 - 서안나 2003.06.16 1048 164
441 구멍에 들다 - 길상호 2003.06.10 1123 154
440 낙마 메시지 - 김다비 2003.06.09 994 176
439 오이도 - 임영조 [2] 2003.06.04 1173 168
438 실종 - 한용국 2003.06.02 1064 157
437 우산을 쓰다 - 심재휘 2003.05.30 1267 163
436 꿈속에서 아는 사람이 죽는다는 것 - 이진명 2003.05.27 1048 149
435 사과를 깎으며 - 김나영 2003.05.26 1063 151
434 나무의 손끝 - 신원철 2003.05.23 1037 167
433 석모도 민박집 - 안시아 2003.05.21 1070 155
432 만리동 미용실 - 김윤희 2003.05.20 1041 1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