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을 읽다」 / 오태환 / 2004년도 『소월시문학상 작품집』추천우수작 中
별들을 읽다
별들을 읽듯 그녀를 읽었네
가만가만 점자(點字)를 읽듯이 그녀를 읽었네
그녀의 달걀빛 목덜미며
느린 허리께며
내 손길이 가 닿는 언저리마다
아흐, 소름이 돋듯 별들이 돋아
아흐, 소스라치며 반짝거렸네
별들이 읽듯이 그녀를 읽었네
하얀 살갗 위에 소름처럼 돋는 별들을
점자를 읽어내리듯이
내 손길이 오래 읽어내렸네
그 희미하게 반짝거리는 낱말들의 뜻을
눈치 못 채서 참 슬픈
내 손길이 그녀를 오래 읽어내렸네
그녀를 읽듯이 별들을 읽었네
그녀를 읽듯이 별들을 읽었네
춘천 가는 길 백봉산 마루께에 돋는 별들을
점자를 읽듯이
희미한 연필선으로 반짝거리는 그녀의,
낱말들의 뜻조차 알지 못하면서
서운하게 서운하게
[감상]
별들을 '보다'의 개념이 아닌 '읽다'의 측면에서 접근하는 방식이 참신하여, '별들을 읽다' 그 자체만으로도 느낌이 좋습니다. 초반부에 배치된 그녀에 대한 촉감 또한 빼놓을 수 없는 관능미이고요. 몸의 아름다움을 손끝으로 느끼는, 그리하여 소름의 교감을 확인하듯 별들을 보는 춘천 가는 길. 그때는 사랑이 무엇인지 몰랐을까요. 그녀가 마음에 모자라 섭섭함을 느끼는 추억을, 별들을 읽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