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어」/ 이근화/ 《현대문학》2004년 6월호 신인상 당선작 中
고등어
등 푸른 생선이 줄을 맞추고 누워 한 곳을 바라본다 저 구름 흘러가
는 곳, 한 여자가 한 남자와 함께 살다 또는 장을 보러 가다
습관적인 손짓에 파리가 줄넘기를 하고 있다 그러니까 공육 시 이
십오 분, 시장 모퉁이를 돌아 두 번째 집에서 고등어 한 마리를 산다
잘린 제 발을 들여다보는 게 눈, 없는 다리가 가려워 거품을 문다
한 여자가 한 남자와 함께 살다 또는 시장바구니를 오른손에서 왼손
으로 바꾸어 들다
동동거리는 새우의 발들이 미세하게 흔적을 지운다 증거가 없군,
한 여자가 한 남자를 만나다 또는 흐린 오후에 함께 차를 마시다
한 그릇의 조갯살, 제삿밥처럼 가득하다 희다 어제 나온 장사꾼이
오늘은 나오지 않는다 한 여자가 한 남자와 함께 살다 또는 시장바닥
을 빠져나오다
비린내 나는 저녁이 몰려온다
고등어를 굽는다
[감상]
한 여자와 한 남자가 만나 살고, 그 저녁 장에서 사온 고등어를 굽습니다. 자칫 평범한 듯 보이지만 이 시의 매력은 ‘한 여자 한 남자’로 지칭하는 '하나'라는 단일함, 거기에서 비어져 나오는 둘만의 공간성에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시는 기어코 현재형을 서술부로 만듭니다. 사랑에는 과거일 수도 없고 미래일 수도 없는 현재의 자장이 가장 강력하기 때문일 겁니다. 고등어를 어슷하게 칼집을 낸 다음 굵은 소금을 뿌리고, 약간의 레몬즙을 뿌려준 후 팬에 식용유 약간 붓고 중불에서 굽기 시작하겠죠. 약간 노릇하다 싶으면 뒤집어 굽겠고요. 그 사이,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촛불처럼 서 있어도 좋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