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이 온다>/ 임해원/ 《다층》2005년 가을호
소금이 온다
포구는 망설임을 고물에 묶는다
모랫길은 견고했다
그곳은 바다를 기다리는 내 生의 역전
뚝방에 갇힌 바닷물에 서쪽 해가 잠기고
바다를 하늘에 돌려준
소금이 온다
무엇을 잃어 무엇을 얻는 건지
무엇이 변하고 무엇은 변하지 않는 건지
새들은 마른 갯벌에 고무래 같은 부리로
물음표를 그린다
외로움은 병이 되고
고독은 약이 되는 백길리 바닷길은
한 生을 다해 걸어가는 순례의 길
어디에도 없는 그대여
세상의 중력에서 가벼워지려거든
백길리 모래톱에 바다를 열어볼 일이다
등짝에 뿌려지는 소름발 같은 잔모래가
썰물에 걸어 나가
밀물에 뛰어오는 그곳에
또 다른 생의 문패 하나 달고 올 일이다
* 염전 사람들은 소금이 되는 일을 ‘소금이 온다’고 말한다.
[감상]
소금밭으로 끌어들인 바닷물이 햇볕과 바람에 말라 마침내 물기가 다 증발하면 소금 알갱이들이 엉켜 붙습니다. 주석에 덧붙여 염전 사람들은 <소금이 와서 살찐다>라고 한다는군요. 이 시는 소금이 되어가는 과정과 풍경을 한 폭의 그림처럼 수놓습니다. <그곳은 바다를 기다리는 내 生의 역전>과 같은 표현도 새콤하게 읽히고, <외로움은 병이 되고/ 고독은 약이 되는 백길리 바닷길>과 같은 직관도 좋습니다. 무언가 변화한다는 것은 새로운 의미를 만드는 것이겠지요. 오늘은 날씨가 좋아 소금이 많이 올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