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비는 오지 않고,
햇볕만 간간이 나뭇잎 사이에서
혀를 빼꼼이 내미는
하루였습니다.
작년 11월쯤 예비군 훈련받을 때
썼던 글인데,
마음은 여전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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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코스모스 가는 허리를 닮은 여인을
사랑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습니다.
석류처럼 붉은 잇몸을 가진 아이
버스 안 포대기를 들여다보면서 잠시 놀랐습니다.
그 까만 눈동자 속에 내 이물스런 얼굴이
들어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며칠동안 165-3번이라는 버스에 실려
도심를 벗어나
예비군 훈련을 받았습니다.
추운 점심시간,
시간을 때우며 나를 불러 세우는
생선가시 같은 나무들
밤이면 얼마나 많은 별들이 내려와
불빛을 매달까.
언 볼을 비비며
전투화에 붙은 흙을 탁탁 털어내며
겨울인 게야.
겨울인 게야.
푹 눌러쓴 예비군모자
사이로 삐져나온 머리카락
주렴처럼 세상을 가리고.
마지막 훈련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아이를 안은 엄마가 내리고
그 자리에 내가 앉아
꿈을 꾸었습니다.
코스모스 그 환한 허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