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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

2001.07.09 23:48

초은 조회 수:233

처음에는 개미에 물린 자국이었다
그것은 아주 작았고 따가웠다
나중에 그 자리에 모기가 침을 놓았다
그것은 좀 더 커져서 부풀어올랐고 나는 그 곳을 자주 긁어댔다
그 후에 그 자리가 좀 쓰라린가 싶더니 물집이 잡혔고
지금은 사마귀라도 될 것처럼 딱딱해져 있다
개미가 문 것이 사마귀가 된다는 건 정말 말도 안되는 거지만
나는 지금 딱딱해진 그것이 사마귀가 될 것만 같아 불안하다

바퀴벌레는 처음에 적은 충격(바퀴벌레약)에도 금방 다리를 떨며 죽어갔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 다음 세대의 바퀴벌레들은 더 강해져서 더 강한 약품만이 그것들을 죽여 없앨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바퀴벌레의 내성은 더 강해졌고
그에 따라 바퀴벌레약은 더 강한 살충력이 필요해졌다

예전에,
내 마음은 작은 말 한 마디에 상처받았었다
하지만 지금은 내 가슴에 상처 하나 내려면 아주 독한 살충제가 필요하다

그런데 그 사람의 말 한마디는 왜 그렇게 내 가슴에 파고드는지.
그 사람의 말 한마디는 어찌 그리도 독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