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6세대는 아니더라도
예전에 '이용'이라는 가수가 부른 노래 중에
'잊혀진 계절'이라는 노래가 있답니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뜻모를 이야기만 남긴 채 우리는 헤어졌지요~
우우~
따라불렀죠?
당신도 모르게 따라부르게 되는 노래는
우리가 궁극적으로 쓰고자 하는 시의 전형이 아닐까요?
아무튼 참 좋은 노래입니다
오늘은, 아니 어제군요
많은 사람들이 이 노래를 흥얼거렸을 것입니다
창문을 열고 하늘을 보면서 말입니다
시 한편 띄웁니다
시월
황동규
1
내 사랑하리 시월의 강물을
석양이 짙어가는 푸른 모래톱
지난날 가졌던 슬픈 여정들을, 아득한 기대를
이제는 홀로 남아 따뜻이 기다리리.
2
지난 이야기를 해서 무엇하리.
두견이 우는 숲 새를 건너서
낮은 돌담이 흐르는 달빛 속에
울리던 木琴고리 목금소리 목금소리.
3
며칠 내 바람이 싸늘히 불고
오늘은 안개 속에 찬 비가 뿌렸다.
가을비 소리에 온 마음 끌림은
잊고 싶은 약속을 못다한 탓이리.
4
아늬,
石燈곁에
밤 물소리
누이야 무엇 하나
달이 지는데
밀물지는 고물에서
눈을 감듯이
바람은 사면에서 빈 가지를
하나 남은 사람처럼 흔들고 있다.
아늬,
석등곁에
밤 물소리
5
낮은 단청 밖으론 바람이 이는 가을날, 잔잔히 다가오는 저녁 어스름. 며칠내 며칠내 낙엽이 내리고 혹 싸늘히 비가 뿌려와서...... 절 뒷울안에 서서 마을을 내려다보면 낙엽 지는 느릅나무며 우물이며 초가집이며 그리고 방금 켜지기 시작한 등불들이 어스름 속에서 알 수 없는 어느 하나에로 합쳐짐을 나는 본다.
6
창 밖에 가득히 낙엽이 내리는 저녁
나는 끊임없이 불빛이 그리웠다.
바람은 조금도 불지를 않고 등불들은 다만 그 숱한 향수와 같은 것에 싸여가고 주위는 자꾸 어두워 갔다.
이제 나도 한 잎의 낙엽으로 좀 더 낮은 곳으로, 내리고 싶다.
*황동규씨가 58년 <현대문학>에 추천될 때 詩입니다.틀린 곳이 있으면 반드시 지적해 수정하도록 해주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