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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달력을 받아 들고.

2001.12.05 15:14

김솔 조회 수:178

새 달력 속엔
삼백  예순 다섯 桐의
독방이 있어
내 젊은 날이
한 방에 하나씩 갇혀있다
그러므로 내년에 나는
지렁이나 두더지가 되거나
까막 딱따구리나 개미핥기가 되거나
미국자라공 풀씨가 되어야 하겠다
그래서 옆 방에 갇힌 것들에게
어제 죽은 자의 기억을 옮겨줄 수 있도록
지금부터 몸 속에 남은 딱딱한 부분을
날카롭게 벼려두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