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거울 속에 있던 그가 요즘에는 보이지 않는다.
늘 거울 밖에서 한 발짝씩 어긋나던 나와의 간격을
그가 먼저 눈치 챘기 때문일 것이다.
한 때 나는,
거울 앞에 설 때마다 그로 인하여 엄청 불안했었다.
그는 한치의 오차도 없이 내 입 모양을 잡아내고,
감정을 훔쳐내고, 급기야
내 여자를 얻기 위해 내 게놈까지 도용盜用했었다.
그녀는 거울 속의 그가 진짜 나라고 여겼을 터이므로
자연스럽게 옷을 벗었을 것이다.
불륜이 있은 지 만 9개월 뒤,
내 앞에 아주 지독한 슬픔 하나 분만分娩해놓고
그녀가 떠났다.
그녀가 떠나고 난 뒤, 나는 홀로 슬픔을 키웠다.
슬픔은 외로움으로 한 뼘을 자랐다가
절망으로 완숙完熟했다.
한때의
사랑이 1픽셀Pixel씩 내 손금의 해상도를 지웠다.
그 뒤 거울 앞에서 나는 수없이
암전暗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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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말입니다.
아주 가끔은 예전의 사람이 궁금해질 때도 있습니다.
어떻게 살고 있을까. 비록 인연이 아니어서 갈라설 수밖에 없었지만,
혹 지금 내가 지금의 아내가 아닌 그때의 여자와 결혼하여 살고 있다면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하는,^^
잘 지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