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살인'을 저질렀습니다.
휭한 모습으로 비밀을 터놓는 그녀의 손목을 붙잡고 단칼로 쳐 내듯 그렇게 내몰았던 것은 저도 두려웠기 때문이란 걸 서늘한 이 새벽녘에서야 느끼고 있습니다. 10분도 채 되지 않아 나리꽃보다 더 하얗게 질린 얼굴로 기다시피 나오는 그녀의 가는 발목을 잡고 소리치고 싶은 것을 간신히 참아내었습니다. 그녀에게 일종의 면죄부는 바로 오늘의 '나'였음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미필적 고의라는 거창한 말을 쓰지 않더라도 내가 그리 인도한 것은 엄연한 사실이었기에 남겨진 짐이 어깨와 가슴을 누릅니다. 삼류 시인도 자청할 수 없는 처지이지만 이러고도 뜨거운 피가 끓는 시를 쓸 수 있을까 가만히 자문해 봅니다.
내가 여자임이 끔찍스러운 하루였습니다. 더불어 무책임하게 버려진 그 아이의 아버지인 '그'에게 사랑이 무엇이냐고 되묻고 싶습니다.
사랑이.........정말....사랑이
변하는 걸까요?
그런 사랑이라면 아직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궁, 무슨 말씀이신지... 글의 의미와 맥락에서 읽히는, 설마 그런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니겠죠? 사랑이라는 말, 아름다운 곳에서부터 가장 추악한 곳으로 흘러가리란 것을, 일찍이 썩은 물에도 피는 것이 연꽃이라고, 절망하셨다면 희망할 수 있다는 담보를 받아낸 것입니다. 자꾸 놀라게 하지 마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