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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샹송 - 이수익

2001.04.13 11:01

윤성택 조회 수:1876 추천:324

'우울한 샹송'(1969)/ 이수익




우울한 샹송



우체국에 가면
잃어버린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그곳에서 발견한 내 사랑의
풀잎되어 젖어 있는
비애를,
지금은 혼미하여 내가 찾는다면
사랑은 또 처음의 의상으로
돌아올까

우체국에 오는 사람들은
가슴에 꽃을 달고 오는데,
그 꽃들은 바람에
얼굴이 터져 웃고 있는데
어쩌면 나도 웃고 싶은 것일까
얼굴을 다치면서라도 소리 내어
나도 웃고 싶은 것일까

사람들은
그리움을 가득 담은 편지 위에
애정의 핀을 꽂고 돌아들 간다
그때 그들 머리 위에서는
꽃불처럼 밝은 빛이 잠시어리는데,
그것은 저려오는 내 발등 위에
행복에 찬 글씨를 써서 보이는데
나는 자꾸만 어두워져서
읽질 못하고,

우체국에 가면
잃어버린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그곳에서 발견한 내 사랑의
기진한 발걸음이 다시
도어를 노크하면,
그때 나는 어떤 미소를 띠어
돌아온 사랑을 맞이할까


[감상]

우체통을 생각하면 아슴아슴 마음속으로 편지가 배달됩니다. ‘우체국에 가면/ 잃어버린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모든 편지는 우체국에서 분류되어 배달되듯, 모든 추억이 한때 이 우체국에 있었겠지요. 또박또박 따뜻한 말의 풍경을 그려내는 편지. 밤새 썼다가도 아침이면 찢었던 편지, 우리는 그 감성과 그리움의 시간을 지났습니다. (지금은 인쇄체의 편지들이 대부분이겠지만) 우체통은 따뜻한 활자들이 담겼을 때 가장 붉습니다. 그 옛날 나의 편지는 우표에 찍힌 물결무늬 소인을 따라 당신에게 흘러간 적이 있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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