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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꽃 - 신달자

2003.04.25 16:01

윤성택 조회 수:1153 추천:168

「4월의 꽃」/ 신달자/ 『문학사상』 2003년 5월호


        4월의 꽃


        홀로 피는 꽃은 그저 꽃이지만
        와르르 몰려
        숨넘어가듯
        엉겨 피어 쌓는 저 사건 뭉치들
        개나리 진달래 산수유
        벚꽃 철쭉들
        저 집합의 무리는
        그저 꽃이 아니다
        우루루 몰려 몰려
        뜻 맞추어 무슨 결의라도 하는지
        그래 좋다 한마음으로 왁자히
        필 때까지 피어보는
        서럽고 억울한 4월의 혼령들
        잠시 이승에 불러모아
        한번은 화끈하게
        환생의 잔치를 베풀게 하는
        신이 벌이는 4월의 이벤트.


[감상]
봄꽃들에게 '사건 뭉치들'이란 이름을 지어주는 시인의 직관이 좋습니다. 하나 하나 꽃을 관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계절의 순환과 윤회까지 내다보는 깊숙한 투영도 돋보이고요. 편안하게 신의 막바지 이벤트를 지켜보는 봄비 내리는 오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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