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꽃」/ 신달자/ 『문학사상』 2003년 5월호
4월의 꽃
홀로 피는 꽃은 그저 꽃이지만
와르르 몰려
숨넘어가듯
엉겨 피어 쌓는 저 사건 뭉치들
개나리 진달래 산수유
벚꽃 철쭉들
저 집합의 무리는
그저 꽃이 아니다
우루루 몰려 몰려
뜻 맞추어 무슨 결의라도 하는지
그래 좋다 한마음으로 왁자히
필 때까지 피어보는
서럽고 억울한 4월의 혼령들
잠시 이승에 불러모아
한번은 화끈하게
환생의 잔치를 베풀게 하는
신이 벌이는 4월의 이벤트.
[감상]
봄꽃들에게 '사건 뭉치들'이란 이름을 지어주는 시인의 직관이 좋습니다. 하나 하나 꽃을 관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계절의 순환과 윤회까지 내다보는 깊숙한 투영도 돋보이고요. 편안하게 신의 막바지 이벤트를 지켜보는 봄비 내리는 오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