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 / 장만호 / 『詩로 여는 세상』 2003년 봄호
귀
― 반 고흐
어느 날 나는 너의 귀를 받는다
피 묻은 귀,
얼어버린 너의 귀
들리니, 파랗게 시린 귓바퀴에 불어넣는
내 안부의 숨결
소리를 버리고 너는 어디까지 굴러가야겠니
어제는 기타를 치고 오늘은 노래를 부르고
음계의 끝에서 자진하는 소리들을 따라
나도 내일쯤은 가야겠는데 들리니,
차이나 블루의 엷은 하늘 위를
뒤꿈치 들고 가는 별들의 조용한 수런거림
공기의 실을 타고 가는
한 마리 새가
물어다 주는 풍문의 안부 들리니,
듣고 있니, 소리를 버리고
너는 어디까지 가야겠니
[감상]
소리를 잃은 소리란 어떤 것일까. 이 시는 그런 청각의 흐름을 쫓아 정신의 힘으로 감각해냅니다. '공기의 실을 타고 가는 한 마리 새'에서 위아래 문장을 받쳐주는 비유가 참신합니다. 기타 줄에서 실로, 그리고 그 퉁겨진 음파에서 풍문으로 이어지는 흐름도 눈 여겨 볼만합니다.
너는 어디까지 굴러 가야겠니?,,,, 참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