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그림자 - 임강빈

2007.05.11 16:33

윤성택 조회 수:1744 추천:174

<그림자> / 임강빈 (1956년《현대문학》으로 등단) / 《현대시학》 2007년 5월호



        그림자

        모두 서쪽으로 향했다
        사람들의 그림자는
        유독 살이 빠져서 길다

        얼마나 긴 시간을
        터벅터벅
        여기까지 걸어왔을까

        그림자가 긴 것은
        죄도 그만큼 길어졌다는 것
        그걸 지우느라 애먹었다

        접경에 왔다
        점점 어둑어둑해진다
        그림자가 아직은 희미하다


[감상]
해가 뜨고 지는 것, 찬란한 청춘 같은 대낮과 어스름의 노후가 연상됩니다. 늘 태양의 뒷면에 드리워지는 <그림자>의 의미는 일생을 반추하게끔 합니다. 앙상하게 마른 노인분의 모습이 <유독 살이 빠져서 길다>로, 살면서 겪었던 수많은 업(業)이 <죄>와 그것을 지우는 일로 직관화한 표현도 눈길이 갑니다. 때가 되면 태양은 저녁놀 너머로 사라지겠지요. 또 그렇게 한 사람의 생이 저무는 까닭입니다. 어둑어둑해진 현실 앞에서 삶에 대한 성찰과 어둠을 묵묵히 받아들이는 모습에서 애잔한 울림이 우러납니다.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1011 타전 - 정영선 2007.07.02 1267 147
1010 그 집 - 김우섭 2007.06.26 1531 147
1009 안녕 - 박상순 [4] 2007.06.20 1814 139
1008 산수유 아래서 징소리를 - 김길나 2007.06.16 1243 157
1007 흘러다니는 그림자들 - 신지혜 2007.06.14 1372 173
1006 바람막이 - 신정민 [2] 2007.06.13 1337 141
1005 녹색에 대한 집착 - 정겸 2007.06.08 1391 145
1004 어도 여자 - 김윤배 2007.06.07 1110 138
1003 20세기 응접실 - 윤성학 2007.06.05 1165 155
1002 구관조 - 전정아 2007.05.31 1114 166
1001 허공의 안쪽 - 정철훈 [2] 2007.05.30 1537 148
1000 게를 잡다 - 권지숙 [1] file 2007.05.29 1268 166
999 꽃에 대한 기억 - 진명주 2007.05.23 1580 163
» 그림자 - 임강빈 [1] 2007.05.11 1744 174
997 불타는 그네 - 신영배 [1] 2007.05.08 1300 158
996 물 밑의 피아노 - 조연호 2007.05.03 1409 171
995 버스 정류장 - 이미자 2007.04.26 1704 155
994 물의 베개 - 박성우 [1] 2007.04.25 1337 146
993 정자 하나 - 차주일 [1] 2007.04.18 1386 173
992 아침의 시작 - 강 정 [1] 2007.04.17 1857 1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