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점심 무렵,
때아니게 마석에 갔었습니다.
천마산이 품고 있던 물이 흐르는
계곡에 발을 담그고
아랫식당에서 싸온 수육과
소주 3병을 먹었습니다.
계곡물에 씻긴 포도송이
하나하나 떼어먹으면서
골짜기 사이로 비치는 하늘도 보았습니다.
새끼손가락만한 송사리도
낯선 불청객이 싫지는 않는지
발치 아래에서 노닐었습니다.
술이 조금 올라오자
손전화를 차에 두고 오자고 말했던
부장님이 전화를 찾았습니다.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잠시 잊으러 갔던 계곡에
결국 우리가 놓고 온 것은
이끼 낀 삶이었습니다.
차에 타자마자
소나기 후려칩니다.
"잘못 든 길이 지도를 만든다"
나는 아직 이 길의 좌표를
기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