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가을을 앓고,
가을만큼 지독한 감기의 끝을 잡고 있어요.
외할아버지는 내가 태어나던 해에 감기 합병증으로 돌아가셨어요.
감기에 하얗게 바랜 내 얼굴을 보며,
한번도 뵌 적 없는 외할아버지의 얼굴을 떠올려보다가,
책상위에 앉아있는 귤을 만지작거리다가,
또 컴퓨터 앞에 앉았어요..
공기가 많이 차요.
후들후들 떨리는 다리로 동대문 시장에 가서 커튼을 맞추었어요.
나는 환한 연두색 천을 골랐는데, 아줌마가 너무 애같다고 베이지 색을 권하시더군요.
자꾸만 밝아지고 싶은가봐요. 그림이 그려진 옷이 입고 싶고, 밝은 색이 그리워져요.
창틈으로 들어오는 가을 냄새가 참 시리네요.
이제 일하러 가야겠어요.
이 계절이 겨울의 문턱을 넘으려고 해요.
내 속은 너무나 시린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