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10월의 마지막 밤

2002.10.31 17:41

윤성택 조회 수:256 추천:2

  



10월하고도 마지막 밤이네요.
'이용' 세대가 아닌 이상,
잊혀진 계절에 대한 느낌도
아련해지기 마련인가 봅니다.
시골 큰집 사랑방에서 기타를 퉁기며
이 노래를 불렀던 삼촌은 지금
경운기를 몰고 어디쯤 갔을까.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10월의 마지막 밤을
뜻 모를 이야기만 남긴 채
우리는 헤어졌지요.

의미도 모른 채 그냥 흥얼거렸던
20년 전의 더벅머리 아이가
지금에 와
다시 가사를 음미해보네요.

방금 전에 밖에 나가
도열한 가로수들을
사진으로 담아 보았습니다.
쓸쓸한 듯 어스름을 끌어당기며
제 몸 속 어딘가로
저물어 가는 것만 같습니다.
가장 늦게까지 낙엽을 쥐고 있는
나무는 내년 봄에도 더디 잎을 틔울까?
궁금하여 표시해둘까 봅니다.

외투를 어제 샀습니다.
검은 색 두툼한 외투를,
몸에 두르고 나니 오늘
출근길이 만만해졌습니다.

10월의 마지막날입니다.
아주 차고 투명한 것에서
뜨거운 불씨하나
가슴에 담아내고 싶은 날입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118 안부 [1] 사람 2002.11.06 75
1117 안부, [1] 카아 2002.11.05 150
1116 좋은 시의 寶庫 [1] 박일만 2002.11.02 129
1115 소야입니야. 고맙습니다 [1] 소야 2002.11.02 130
1114 11월... [2] 나위 2002.11.01 93
1113 [re] 10월의 마지막 밤 [1] haksla 2002.10.31 97
» 10월의 마지막 밤 윤성택 2002.10.31 256
1111 회귀 [1] 윤미진 2002.10.28 126
1110 사랑... [1] 진지한 2002.10.28 98
1109 오랜만입니다. [2] 김지연 2002.10.28 84
1108 한바퀴 돌아 보고 나서... [1] 진지한 2002.10.27 99
1107 귤을 까먹으며... [1] 나위 2002.10.26 94
1106 점심 [1] 우물 2002.10.26 92
1105 [1] ` 2002.10.25 79
1104 가을, 바람 부는 날 [1] 유정 2002.10.24 107
1103 첨이네요 [1] 진지한 2002.10.23 86
1102 그러나, [1] 조상호 2002.10.23 95
1101 안녕하세요? [1] 나위 2002.10.23 81
1100 두부는 [1] 하얀나비 2002.10.21 109
1099 오늘은... [1] 송은주 2002.10.19 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