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가까이 남쪽을 떠돌다 돌아왔습니다.
잠깐 집에 들려서 옷을 갈아입고 밀린 빨래를 하고
여행가방 속을 다시 채워 떠나기를 두어 번.
광주와 목포 그리고 신안군의 어느 섬과 제법 낯을 익혔지요.
언제나 다른 얼굴을 보여주던 바다가 있었고
또 하나의 길을 이루며 몸을 말리던 곡식들이 있었고
양떼 구름을 몰고 다니는 시리게 푸른 하늘이 있었고
믿을 수 없었던 옛연인의 마음처럼 흔들리던 갈대가 있었던
그곳이 때때로 그리워지겠지요.
오히려 낯설어진 내 집에서 또 다시 치열한 삶을 살아가게
될테지만 한동안 되새김질 할 기억들이 있다는 것이 한편
든든합니다.
남은 시간동안 제 마음도 가을 볕에 좀 말려야겠습니다.